세계 최대의 배수량을 자랑하던
태평양 전쟁 일본의 얼굴 마담 야마토호의 최후
 
1945년 4월초..... 미국은 일본의 앞마당 격인 오키나와에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일본내에서도 이제 영 가망이 없어진 전쟁을 포기하고 무조건 항복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끝까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이성을 잃은 강경파들의 뜻이 관철되어 버렸다. 일본이 당시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 행동을 보여주어야 했고, 급기야 69000 톤 급 초대형 전함 (미국 전함 중 최대는 아이오와급으로 58000톤 정도였다) 야마토호를 파견하게 된다.
당시 일본 근해에는 미군 잠수함들이 주기적으로 정찰 잠항을 하고 있었고, 항구를 떠날 때 부터, 야마토는 이미 미국에게 노출되어 있었다. 즉 69000 톤의 거대한 철덩이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 처럼 미국의 감시망 아래 놓인 것이다. 잠수함들은 야마토의 항로를 분석하여, 목표가 오키나와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이제 야마토 앞에 펼쳐진 길은 넓디 넓은 푸른 바다가 아니라, 마지막 지옥의 불구덩이 뿐이었다.
      
 
마토..... 세계 최대의 배수량... 전사한 야마모토 사령관의 기함
[사진] 야마토의 18.1 인치 주포의 모습... 특이하게도 이것이 대공용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마치 산탄총처럼.....
4월 7일, 하늘은 온통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혀 있었다. 높은 구름이면 몰라도, 이렇게 낮은 구름이 끼인 날씨는 전함들에겐 반갑지 않은 징조라 할 수 있다. 왜냐면, 화창하게 개인 날이야 아무리 고공에 있더라도 적기를 발견하여 대공포화로 대항할 수가 있지만, 이렇게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은 구름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일시에 급강하해오는 항공기를 발견하고 대공화기를 발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마토의 대공 방어 시스템은 극히 취약했다고 한다. 대공 포탑이 회전하는 속도가 느려 이렇게 급작스런 공중 공격을 대처하기에는  역부족, 더 정확히 말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야마토는 특이하게 18.1 인치 주포도 대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많은 항공기가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발사하면, 산탄 처럼 파편으로 격추시키는.... 그러나 실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제 미국의 1000 대가 넘는 항공기들이 세번에 걸친 공중 공격을 위해 발진했다. 야마토는 일본 해군, 아니 일본 전체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특별한 전함이었고, 미국에게도 마지막 남은 적수다운 적수였다.   
야마토(大和)의 어원

그럼 여기서 잠시 야마토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자...
대화(大和)라고 표기되는 야마토란 말은 서기 4세기 전후, 일본의 야마토시대(다이케 시대)에서 기원한다. 당시 일본은 한반도 남단의 가야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가야는 적대 관계에 있던 신라를 치기 위해, 일본 본토에서 병사를 징병해, 신라에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했다. 다급해진 신라는 고구려에 구원을 요청했고, 5만에 이르는 대병을 이끌고 남하한 광개토대제의 도움으로 가야세력을 일소해 버린다.
하루 아침에 터전을 잃은 가야인들은 자신들의 세력권 아래에 있던 일본으로 건너갔고, 지금의 일본 나라 지방을 근거로 세력을 넓혀 야마토국(大和國)을 세운다. 당시 나라현의 지명이 대화(大化 다이케)였고, 나중에 국호를 대화(大和 야마토)로 하면서 야마토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일본 천황의 원류도 역시 야마토국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니, 한반도 가야의 지배층이 이후 일본의 지배층을 형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인의 정신적인 지주 야마토라는 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기원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인들이 주장하는 임나 일본부설이란 것이, 이야기의 중심세력을 한반도 출신 가야인에서 일본 본토인으로 바꿔치기한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인 야마토의 근본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야마토 시대부터 일본의 사회 전반은 한단계 수준이 올라가는데, 일본인들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의 식민지인 가야국의 지배 세력이 고구려에 패주하여 일본으로 건너 간후, 식민지의 영향을 받아 문화수준이 향상된 것이라는 이야기 밖에 안되니, 일본인의 주장은 정말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이다. 당시 가야는 일본이 꿈꾸지도 못하는 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한 국가였다. 기술력이 앞선 국가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왜냐면, 고대사에서 금속 기술이란 군사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고대사라는 것은 앞뒤 정황을 살펴 보면, 억지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일본인들은 고대사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특히 가장 영향을 끼쳤던 한국에 대해....   
4월 7일, 12시 37분......
드디어 미국의 첫번째 공중 공격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항모 베닝턴과 호넷호에서 발진한 132대의 전투기와 50 기의 급강하 폭격기, 98기의 뇌격기가 가려진 구름을 뚫고, 하얗게 물보라를 길게 끌며 항진하는 커다란 괴물을 향해 기수를 내리 꽂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은 300 대에 달하는 온갖 종류의 미국 항공기들이 내는 윙윙거리는 소음과 늦게 나마 야마토가 쏘아 올린 대공포화의 검은 연기와 폭발음으로 가득했다.
덫에 걸린 맹수처럼 온갖 대공화기를 하늘에 쏟아붇던 야마토는 공격 개시 얼마되지 않아 벌써 첫번째 상처를 입는다. 즉 휴 우드(Hugh Wood)가 이끄는 미국의 SB2C 헬다이버 급강하 폭격기들이 약 900 m 상공에서부터 급강하에 돌입해, 고도 240 m 에서 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당시 우드의 비행대원으로 참전한 프란시스 페리(Francis R. Ferry)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적함을 명중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미국 급하강 폭격기들의 공격에 명중당해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야마토의 모습
먼저 2발의 투하용 폭탄이 야마토의 우현을 명중시켜 야마토의 25 mm 대공기관포들이 파괴되었다. 연이어 2발이 더 명중.... 이번에는 야마토의 6 인치 포탑을 보기 좋게 명중.... 그중 한발은 갑판위에서 폭발..... 야마토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갑판아래 주요 구조물은 온전했지만, 갑판 위는 폭발한 화염에 휩싸여, 삽시간에 불길이 전갑판으로 번져갔고, 이 불은 야마토가 최후를 맞는 순간까지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것은 2시간후 야마토가 최후의 폭발을 일으키며 침몰할 때, 폭발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얼마후 6 인치 포탑 안의 탄약고에 불이 붙으면서, 6 인치 포탑 뚜껑은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때 어벤저 뇌격기들이 풀어 놓은 어뢰들이 물살을 헤치고 야마토의 좌현을 향해 곧장 미끄러져 갔다. 이중 2발, 야마토의 좌측 선체를 강타....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린 좌측 중앙 선체에 바닷물이 침수되기 시작해, 야마토는 좌측으로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전함이 한쪽 선체에 어뢰공격을 받아 침수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방어 조치를 할까? 일단 뚫린 구멍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나 물길이 심하게 새어 들어 오는 상황에서는 이 보수작업을 할 수 없다. 이때는 반대측 선체의 일부에 의도적으로 물을 채워, 균형을 맞춘 후, 손상 받은 곳의 물줄기를 줄여 놓고, 땜질을 시작한다) 야마토는 좌측 손상된 부위의 수리를 위해 우현에 펌프로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피해를 입고 달아나는 야마토.... 그러나 가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13시 정각.....
두번째 공중 공격을 알리는 투하용 폭탄들이 야마토를 향해 일시에 쏟아졌다.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한발의 명중탄도 맞지 않아 안도의 숨을 쉬고 있을 때, 이번에는 재차 어뢰 공격을 받게 된다. 4발의 어뢰 정확히 좌현을 명중..... 첫 공격에서 2발의 어뢰에 거덜난 야마토의 좌현은 이제 거의 걸레가 되어버렸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좌측에 집중된 어뢰로 좌측 엔진실이 침수되었고, 두개 동력원 중 하나가 멎어 버린 것이다. 이제 항진 속도는 18 노트로 떨어졌고, 좌현 손상을 보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야마토는 이때 좌측의 침수로 선체가 16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였는데, 우현에 물을 채워, 가까스로 기울기를 5도까지 돌려 놓았다.
야마토는 기우뚱한 모습으로 일본 본토를 향해 달아나는 수 밖에 달리 묘책이 없었다. 일본의 대망이라는 소설을 보면, 덕천가강가의 가신 무장 중 한명은 병사들 훈련을 시킬 때면 언제나 웃통을 벗어 제쳤다고 한다. 그의 몸에는 숱한 전쟁에서 입은 수많은 상처 자국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상처는 하나같이 가슴과 배 앞쪽에 집중되어 있고, 등은 마치 여자의 등처럼 깨끗했다고 한다. 즉 그는 전쟁에서 한번도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았음을 병사들에게 말없이 전달한 것이다. 야마토도 이 당시 그들이 늘 말하는 사무라이 정신을 살려, 끝까지 분전하다 최후를 맞을 수도 있었겠으나, 그들이 목표하던 오키나와를 향해 항진한다는 것은 영영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 단 1 퍼센트라도 더 가능성이 있는 본토를 향한 도망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야마토는 이 마지막 출항을 시작할 때부터 무사히 귀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키나와로 갈 수 있는 정도의 연료만 탑재했고, 돌아올 연료는 아예 없었다고 전해진다.)
[사진] 야마토의 최후.... 투하용폭탄에 의해 불길이 무기고에 옮겨 붙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고 격침된다. 이 검은 연기는 지상 6000 미터까지 치솓았고, 125 마일 밖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공격이 뜸해지는가 싶더니 30분후, 비장한 미국의 마지막 공격이 재개되었다. SBD 급강하 폭격기들이 투하한 폭탄 세발이 정확히 이미 타격을 입은 좌측 상판을 뚫었고, 3개의 어뢰가 다시 좌측 선체에 꽂혀, 야마토의 좌측은 손상을 받았다기 보다는 아예 좌측 선체가 터져버렸다고 해야겠다. 쉽게 표현하자면, 내용물을 많이 집어 넣어 보기에도 빵빵한 김밥이, 썰기도 전에 옆구리가 터져 버린 그런 형국이었다. 좌현에만 도합 9발의 어뢰가 명중된 것이니.....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우현 뒤쪽 선체에 어뢰 한발 더 명중..... 이젠 쌍코피..... 야마토는 좌후방의 침수로 기울기가 다시 16도에 이르게 되었고, 반대측을 펌프질로 침수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울어버린 선체를 세울 길이 없었다. 그런데 의도적인 침수를 하기전에 경고를 하지 않았고(사실 경고할 수 있는 장치란 게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강제로 선체를 폐쇄시키고 펌프로 물을 쏟아 부어, 애꿎은 수병 수백명이 선체에 갇힌 채, 익사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야마토 항진 속도 8 노트로 현격히 감소.... 조종 불능....
14시 정각, 야마토 엔진 올 스탑.... 배를 포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고철덩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떠있을 것 같던 야마토는 14시 10분.... 갑자기 엄청난 폭발과 함께 일시에 격침되어 버렸다. 이 마지막 폭발은 첫 공격에 갑판에 명중한 투하용 폭탄에 의해 번진 불길이, 날아간 6 인치 포탑의 빈 공간으로 번져, 야마토의 탄약고에 옮겨 붙으면서, 남아 있던 모든 폭탄들이 일시에 폭발한 것이다. 얼마나 큰 폭발이었던지 검은 연기가 해발 6000 m 위까지 치솟았고, 125 마일 밖에서도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야마토의 최후를 보기 위해 고공에서 선회중이던 일부 미국 항공기들이 갑작스런 이 폭발에 희생되었다고 전해진다. 한 시간 30분에 걸친 공격에 총 14발의 어뢰가 명중했으며, 3000 명의 승무원 중 단 269 명만이 구조되었다. 야마토의 침몰은 그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1차대전까지의 거함거포주의의 종말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건이었다. 공중 엄호가 없는 함대라는 것은 바다에 떠있는 고철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그림]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 우주전함 야마토의 한 장면..... 이들은 이차대전 기간 중 이루지 못한 스스로의 한을 이영화로 풀려고 한 것일까?  미국인을 너무도 빼닮은 외계의 적들을 격파하며, 삶의 터전(식민지)을 찾아 머나먼 항해를 계속한다. 앞에 선수부에 뚫린 구멍은 파동포가 발사되는 발사구에 해당한다..... 어릴 때 참 좋아하던 만화 영화인데.....
배수량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야마토는 진주만 기습을 성공시킨 죽은 일본 합동 함대 사령관 야마모토의 기함이었고, 이차대전 일본의 얼굴 마담이었으나, 종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고철덩이가 되어 태평양에 수장된 것이다.
오랜전 일본은 그들의 정신적인 쇠덩이인 이 전함의 이름을 따, 이것을 우주로 쏘아 올린 우주전함 야마토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픽션으로 나마 실전에 못다한 승리를 부여해 혼을 달래려 했는지, 우주 전함 야마토는 그들의 적이었던 미국인을 쏙 빼닮은 노란 머리의 외계인들을 대파하며 승리에 승리를 거두어 나간다.
우주전함 야마토가 발사하는 파동포..... 이것은 또 하나의 신풍이 아닐까?
우주전함 야마토의 목표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가는 것인데, 쉽게 말해, 식민지 건설이 그것이며, 야마토가 자랑하는 파동포는 고대부터 그들을 구한 신풍(가미가제)과 일견 흡사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반전을 이끌어 내고, 몽고의 말발굽으로 부터, 자신들을 구했던 신의 바람처럼...... 파동포는 절대절명의 순간, 적의 전함을 싸그리 쓸어 버리고 유유히 워프로 공간을 뛰어 넘어 우주를 나른다.  홈지기도 개인적으로 어릴 때, 이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했고, 지금도 어릴 적 생각에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만들어낸, 또 누가 느껴야 할 향수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군사무기.비행기.전차.개인화기.항모.전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모사진  (0) 2005.07.25
독일거함 비스마르크  (0) 2005.07.05
SR-71 블랙버드  (0) 2005.07.02
F18 호닛  (0) 2005.07.02
A-10 썬더볼트  (0) 2005.07.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