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밥 지으러 군대 갔나요?"
[오마이뉴스 2005-10-28 11:35]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라 지키러 군대갔지, 밥 지으러 갔나요?"

담백한 방송진행으로 정평이 난 손석희 MBC 아나운서 국장도 흥분할 때가 있다.

28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그는 육군 모 장성의 사병 폭행을 다룬 뉴스를 접하자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

손 국장을 흥분시킨 뉴스는 국방부가 사병을 폭행한 여단장을 서면으로 경고했다는 <한겨레> 28일자 기사. 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작년 9월 공관근무 사병을 폭행한 특공여단장 S준장의 얘기는 지난 6∼7월 <오마이뉴스> 등 몇몇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당시 2군사령부가 S준장의 징계를 유예하고 사건을 폭로한 당번병 K씨에게 근신 10일의 징계를 내린 것을 놓고 '장성 봐주기'라는 뒷말이 많았다.

그러나 군 수뇌부의 엉뚱한 징계는 해당 사병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한겨레>에 따르면, 공관병의 호소를 듣고 "인터넷에 올려도 좋다"고 말해준 참모장과 전속부관도 '범행 방조'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육군본부는 "애초 사태를 일으킨 여단장에 비해 그 부하들이 심하게 징계를 당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인사와 경력관리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 장군 계급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참모장과 전속부관이 중징계를 당한 배경에는 이들이 단순히 상담에 응한 것이 아니라 (여단장의 행태를 밖에 알리도록) 부추긴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관에서 생활하며 여단장의 시중을 드는 당번병 K씨는 S준장의 부인으로부터도 "너 같은 애 낳고도 너희 부모님이 미역국 드셨냐", "네 꿈이 요리사라며? 그 꿈을 버려, 네가 무슨 요리사냐"는 폭언을 들었다. 그는 운전병에게도 "(출신 학교가) ㅅ대가 아니라 ㄴ대 아니냐"고 '학력비하' 발언을 했다.

S준장의 부인은 이에 대해 군 수사당국에 "전입 초기에 음식 조리상태가 나쁘고 성의가 없을 때, 음식 보관상태가 나쁠 때 교육 차원에서 했다"고 해명했고, 지난 5월에는 남편의 직속상관(방효복 11군단장)에게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한 손 국장은 S준장을 가리켜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은 징계도 징계이고,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손 국장은 이어 "이 참에 문제제기를 하자면 공관에 왜 사병을 두고 밥 짓는 일까지 시키는지? 이건 분명히 시정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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