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자이툰부대원 '뇌종양말기' 투병>

"고참이 괴롭히고 두통약 자주 먹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이라크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한 뒤 전역한 예비역병장이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고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사실이 17일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양태황(23) 예비역병장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가톨릭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03년 2월 군에 입대한 양씨는 지난해 11월 자이툰부대에 지원, 이라크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성실히 마치고 지난 4월23일 전역했다.

신체등위 2급을 받고 군에 갔지만 자꾸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복용해 온 양씨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9월21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뇌종양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았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다시 진찰을 받았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런 '대한의 건아'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이라크로 떠났던 꿈 많은 한 청년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집에서 경북대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양씨는 가정환경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 이라크 파병 대가로 받은 월급도 병원비로 다 써버렸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치료비를 보태려고 어머니는 식당으로 나섰지만 불어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양씨 가족들은 청와대와 국방부,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양씨의 병이 군에 있을 때 발병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답답한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양씨는 연합뉴스에 보낸 자필 편지에서 "5사단 35연대 112대대에서 복무할 때 고참들의 갈굼(괴롭힘)에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래서 신경이 예민한 저는 오른쪽 머리가 자주 아파 두통약을 자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으로 가서는 운동할 때마다 왼쪽 팔에 힘이 없다는 얘기를 동료들에게 자주 들었다. 이라크에서 귀국해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와 농구를 하는데 왼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씨의 사연을 국방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친구 김영환씨는 "병원에서 두피조직 검사를 해보자고 어머니가 설득했지만 '엄마..나 그냥 죽게 내버려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삶을 포기하고 의욕을 상실한 채 힘없는 여생을 보내고 있는 친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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