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교를 믿으세요, 라고 설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종교 영화를, 로버트 제멕키스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들었을지 모르겠다. 크리스 콜롬버스처럼 정말 진지했을지, 아니면 팀 버튼처럼 삐딱선을 탔을지 잘 모르겠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3d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로, 이렇게 3d로 실제 인간을 정교하게 재현해 냈던 ‘파이널 판타지’가 그랬듯 특수효과에 대한 과시로 가득차있다. 핫 초콜릿 뮤지컬 장면도 그렇고, 기차 밖으로 날아간 열차표가 다시 열차로 돌아오기까지 한 컷으로 잡아낸 쇼트도 그렇고, 아이맥스 버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롤러코스터 장면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엘프 무리들 등등, 이 영화는 실사 영화 혹은 2d 애니메이션이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장면으로 가득차있다. ‘파이널 판타지’가 엄청나게 진지했다면 ‘폴라 익스프레스’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만 진지하다는 점이 약간 다를까. 제멕키스는 이 이야기에 얼마나 진지했을까? ‘폴라 익스프레스’는 단순히 3d로 그려낸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차가움 이외에도 더 많은 차가움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크리스마스 영화에 대한 제멕키스의 접근법이 다른 감독들과 달랐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멕키스가 자신의 영화에 취한 태도가 차가웠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혹은 원작의 영향일까, 원작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다)

제멕키스는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특수효과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그 놀라움을 영화에 접목시킨 결과물을 계속 내놓았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죽어야 사는 여자’, ‘포레스트 검프’ 등등이 그랬고, 가장 놀라운 결과물이었다면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였을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도 그런 놀라움에 영화를 약간만 접목시켜놓은 영화다. 역시 특수효과의 놀라움에 영화를 접목시켰지만, 제멕키스와는 반대로 자신의 영화에 너무나도 열정적이고 진지한 제임스 카메론과 딱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 두 사람이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를 만든 것도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이런 알 수 없는 차가움 때문에 제멕키스의 영화는 영화가 공개된 순간에는 별로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평가되는 것 같다. 마치 ‘백 투 더 퓨처’시리즈와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가 80년대와 90년대 초반 포스트모더니즘의 성공적인 텍스트로 분류됐듯 말이다. 그가 최근에 만든 영화들도 나중에 새롭게 평가될지 모르겠다. 광장에서 노래하는 스티븐 타일러닮은 엘프는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겠다. 난 솔직히 약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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