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각 **
오후에 절을 찾은 처사 한분은
가정적인 문제로 마음 속 깊이
뭔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으니
어찌 풀면 좋겠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연닢차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인연법에 대하여 몇마디 조언을 하여도
말하는 나조차도 풀지 못할 일인데
상대를 어찌 도울수 있을까 싶습니다
처사님도 무언가
답을 구하는 말은 아닌것이어서
그 속에 들어 앉은 울화통이라는 것은
물로도 끌수 없고 부채로도 끌수 없으며
얼음 물로도 달랠수 없는 것이니
차라리 이길로 법당에 들어
천팔십배를 한달여 하라 하였습니다
삶의 조건이 향상된만큼
우리네 삶의 질이 같이 향상되면 좋으련만
오히려 그것은 반대로 가는듯 하니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그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부처님 당시에
파사익 왕은 어느 날
사랑하는 말리카 왕비에게
그대는 누구를 제일 사랑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왕은 내심
그야 당신이지요
하는 소리를 듣고자 하였지만
부인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숨이 탁 막힐 정도로 놀란 왕은
그 길로 부처님을 찾아 뵙고
둘 사이의 대화를 말씀드리고
자문을 구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사람의 생각은 어디로나 갈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로 가든 자기 자신보다
소중하고 사랑 스러운 것은
찾아 볼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는 한없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자기의 소중함을 잘 아는 자는
타인의 소중함도 가장 잘 알수 있는 것입니다
하고 답을 주시므로써
말리카 왕비의 말도 긍정하시고
파사익 왕의 기대감도 만족시키십니다
언뜻 보면 말리카 왕비의 답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듯 하지만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히 알고 여기는 만큼
타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소중히 할수 있음을
부처님은 살피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아는 것에 그치면
그는 중생이요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큼 타인의 소중함도 아는 사람은
깨달은 성자입니다
그처럼 자신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이 바로 서면
그를 통해서 보여 지는 상대의 모든 것들이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안고 드러 납니다
소중한 내가 있기에
소중한 가정과 이웃
나아가 소중한 국가와
불법 수행을 같이하는 도반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좋은 도반이 있음은
불법 수행의 전부라 하시며
그대들은 나를 좋은 도반으로 삼아
이 성스러운 길의 완성에 다다르는 것
이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시니
겉에 드러 난 관계보다
바탕에 흐르는 영겁의 인연들을
잘 간수하시며 살아 가기를 빌어 봅니다
*************
영혼이 무르익은 사람은
베이불 덮고 좁은 방에 자도
천지의 부드러운 원기를 얻을 것이요
입맛이 넉넉한 사람은
명아주 국에 밥을 먹고도
인생의 담박한 참맛을 알것이다
<채근담>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