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제가 하는일과 관련하여 베를린옆에있는 Reinsberg(라인스베르크)라는 곳에
한국학생 5~6명과 외국학생 30명정도가 2주정도 합숙한적이 있었습니다
말이 2주지 저같이 한국음식에만 길들여진 사람이 2주나 독일음식만 먹는다는건
정말 힘든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좋다는 호텔이었지만
아침에는 빵부페를먹는데
부페라고해서 별로 특별한거는 없습니다
그냥 빵하고 여러종류의 햄과 버터,잼 여러종류의 치즈
그리고 쥬스와 우유 물...이게 다입니다
우리가 김치를 먹어도 이건 무슨김치 무슨김치 알듯이
다양한 햄과 치즈가 독일애들은 구별할수있을지 몰라도

저는 도저히 다 그게 그거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참다못한 저와 다른 한명은 시간이 날때 베를린에서 사발면 20개를 사왔습니다
거리는 왕복 3~4시간 거리였구요
그날저녁 우리는 야참으로 휴게실에서 사발면을 먹었습니다
막 물 담아서 기다리는데

외국애들이 하나 둘 휴게실로 내려왔습니다
당연히 스티로폼에 물붓고 기다리는 우리에게 머냐고 물었죠..ㅎㅎ

나:아..이건 한국산 라면이라는건데 매운맛이 나고 아주 맛있어
독일애1:그래? @.@

독일애는 충분히 호기심이 있어보였고
주면 먹겠다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몇명의 외국아이들이 더 내려왔고요
까짓거 인심 한번쓰자..하는 생각에
먹을사람 손들어..했더니
불가리아 여자아이 한명빼고 다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엿댔다..20개 사왔는데 ㅜ.ㅜ
손든사람은 어림잡아 10명 가까이..
그래도 한국의 맛을 알리고 싶어 사발면 10개를 더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몇명은 먼저 익은 우리들걸 맛보는애들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잘못된 상식...

외국애들은 남의음식은 안먹는다
남이 남긴건 안먹는다
먹을때 수저소리 젓가락소리 안낸다

음..그런경우가 한국보다는 많지는 않지만
이놈들도 사람이고 다 똑같습니다
친구들끼리는 먹던 밥그릇 빼앗아가서 먹기도하고
배고플때 친구가 남기면 그냥 내가 먹는다..하며 가져다 먹습니다

먼저 맛을본 아이들은 각자의 입맛에 적당하게 스프양을 조절하거나
물의 양을 조절했습니다그리고는
정말 맛있게..심지어는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국물을 다 마시는 애들에게 짜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니..전혀..^0^
라고 대답합니다..-_-
먹는 유형별로 한번 볼까요?

1.한국사람하고 똑같다
  후루룩 후루룩..카~~~소리까지 내며
  정말 한국스럽게(?) 잘먹는 유형
  젓가락질도 능숙합니다

2.독일식으로 또는 자기나라 방식으로 먹는다
  젓가락르로 포크처럼 찍어먹거나걸쳐 먹습니다
  먹을때는 가급적 소리 안나게 면도 쪼옥 빨아먹고
  아주 적은양의 면만 입안에 집어 넣습니다
  특징이라면 국물은 안먹더군요
  이유를 나중에 물었더니...간단했습니다
  숫가락이 없어서  -_-
  그릇을 들고 육수를 마시는 기술은..아직 어색했나봅니다

3.면이야 불던말던 식을때까지 기다린다
  의외로 뜨거운거 못먹는 외국인 많습니다
  하긴..
  어딜 가봐도 한국처럼 지글지글..또는 보글보글 끓는 음식을
  그대로 내놓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뜨거운물을 부어서 3분안에 후후 불며 먹는 사발면은
  먹기 힘든 음식이었겠지요

4.먹기보다 분석을한다..
  독일에는 철학자가 많고 기초 과학이나 학문이 유명합니다
  그런 민족성 때문인지
  라면의 국물은 무엇으로만들어졌을까
  이 음식은 어떤원리로 면을 익히고 면이 구부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젓가락은 포크보다 정녕 편한가...머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합니다
  주로 독일애들이고 대부분 라면은 남겼습니다
  아마도 입맛에 안맞는데 그냥 남기기는 미안하니까
  다른쪽에 관심이 있는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듯 했습니다

5.기타 유형
  남의것이 더 맛있어 보인다며 이 사람 저 사람거 다 한번씩 먹어봅니다
  딱 한명..이스라엘 아이였습니다 -_-;;
  어딜가나 이런 사람은 꼭 있군요..ㅎㅎㅎ

전반적인 평가는 맛이 아주 좋았다는것이었구요
맵다는 아이들은 의외로 거의 없었습니다
먹지 않고 우리들을 보며 재미있다는듯 구경하던 불가리아 여자애...
그아이에게 왜 안먹냐고 물어봤더니
마늘냄새가 좀 그렇다고 하더군요
역시 마늘은 먹지 않는 사람에게 좀 자극적인 냄새를 주나봅니다
이날 우리는 한참을 각국 나라 음식에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서로 재미있어하고 재미있어하는데
특히 한국 음식의 이것저것을 이야기 할때는
그런음식이 어떻게 있을수 있나 하는 반응과 먹어보고 싶다는 반응이 압도적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중 몇명이 나중에 저와 짜장을 먹게 됬죠..^^;;(그 이야기는 다음에)

어쨌든..
외국 아이들에게 라면은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맵고 짠 음식이라기보다
뜨겁고 마늘냄새가나는 그냥 맛있는 음식이었나봅니다

P.S
우리들 면 먹을때 후루룩~~~하며
공기와 같이 면을 들이 마시는거..
이거 외국애들 못합니다..-_-;;;
첨엔 바보인가?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소리내며 먹는건 예의도 예의지만
공기까지 같이 들이 마시며 먹어야 할만큼 뜨거운 면 음식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몇몇아이한테 알려줬더니
공기만 열라 마시고 면이 기도로 들어가 사래들고..-_-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출처] 개소문닷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