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sserschmitt Me 163 Komet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2. 16
1944년 8월 5일, 미군 폭격기들이 머스탱편대의 호위하에 고도 3만피트로 독일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시점에서 독일 전투기들의 저항은 거의 없을 것이었고, 설사 있다고 해도 든든한 머스탱 편대가 요리해 줄 것이다. 이 폭격기부대의 목표는 마그데부르크였다. 그순간 갑자기 흰연기를 끄는 3기의 전투기가 폭격기 편대위로 튀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호위전투기 머스탱 편대를 지나쳐서 거의 보이지 않을정도까지 솟구쳐서 올라간 것이다. 미군 조종사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때 3기의 독일기는 순식간에 공중제비를 도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굉장한 속도로 떨어져 왔다. 대응할 겨를도없이 30mm 기관포의 속사음과 함께 3기의 머스탱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리고 이 정체불명의 독일기들은 눈깜짝할새에 사라져 버렸다. 출격에서 돌아온 미군 조종사들은 '생전처음보는 굉장한 속도의 독일전투기들이 나타났으며 그 속도는 너무나 빨라 전혀 대응할 수가 없다'고 보고하였다. 이후 미군 조종사들 사이에는 '고도 3만의 독일기를 조심하라!'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것이 바로 세계최초의 로케트 전투기 Me 163의 실전데뷔 순간이었다. 불타는 하늘의 Great War Planes... 이번에는 말도많고 탈도많은 Me 163 로케트 전투기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 Me 163의 힘이 넘치는 이륙 순간 ]
독일 공군이 2차대전기간동안 실전에 투입했던 기체중에 제일 혁신적인 전투기는 단연 Me 163일 것이다. 특징적인 땅딸할 동체에 삼각 후퇴익을 가지고 있었고 수평꼬리날개가 없는 선구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기체 디자인은 연합군측에서는 상상도 못하고 있던 독일만의 독창적인 항공기술의 본보기였다. 게다가 이 전투기는 특이하게도 로케트를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제식명칭은 혜성이라는 뜻의 '코메트(komet)'였지만 조종사들로부터 '동력 계란'이라는 애칭을 얻게된 이 기체는 독일 공군의 전투기 개발기술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미완의 상태에서 실전에 투입되어 그 시작은 미미했다.
이 전투기는 그 시작이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무렵에 고속 글라이더를 연구하던 D.F.S사의 바움커 박사와 리피쉬 박사는 많은 실험을 거쳐서 몇가지 새로운 글라이더를 개발했다. 이들을 실제로 테스트하던중 이들은 초고속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결국 로켓모터를 장착하는데 적합하도록 디자인된 고속 연구기 DFS39기를 개발하게 되었다. 이 기체는 매우 좋은 비행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혁신적인 후퇴익을 채용하고 있었다. 이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발의 속도는 늦어졌으나 작업은 꾸준히 진척되어 1941년 봄에 T-슈토프와 Z-슈토프를 연료로 하는 발터 RII-203 로켓을 장착하는데 성공했다.
1944년 6월 최초로 창설된 로켓 전투기 부대인 JG400 소속의 Me 163B-1a 전투기이다. 동체 상부에 T 와 C 문자가 보이는데 이것은 T-슈토프와 C-슈토프라는 연료의 주입구이다. 동체하면의 썰매형 강착장치를 볼 수 있다. |
그리고 최초의 시작기 Me 163V1 최초의 동력비행은 1941년 여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곧 시속 1002km라는 놀라운 속도를 선보였던 것이다. 이후 로켓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서 T-슈토프 (과산화수소와 물의 혼합물)과 C-슈토프 (수산화 하이드라진, 메틸 알콜, 물의 혼합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터 109-509A 로켓모터를 장착한 Me 163B형이 개발되게 되었다. 이후 독일공군의 요구로 전투기로 테스트를 하게되면서는 무장을 2문의 20mm 기관포를 장착한 Me 163B-0가선보였고 Me 163B-1형에 이르러서는 2문의 30mm MK 108기관포를 장착하게 되었다. 이 혁신적인 전투기는 최고속도가 연합군에서 가장 빠른 P-51D 머스탱보다 시속 250km나 빠른 시속 950km이상을 자랑했으며 매분 3500m라는 경이적인 속도로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역시 JG400 소속의 Me 163B-1a 전투기이다. 기수의 작은 프로펠러는 동력을 얻기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 전기장치를 가동하기 위한 발전용이다. 외모상으로만 보면 이 땅딸한 기체가 2차대전에서 가장 빠른 전투기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
그러나 이 새로운 전투기는 아직 미해결된 과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착륙장치와 싣고 있는 연료의 폭발성이었다. 이 전투기는 커다란 바퀴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것은 이륙할 때만 사용되게 되며 이륙 직후에는 동체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후 착륙할 때는 동체하면의 썰매를 사용해서 착륙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전투기의 착륙속도는 무려 시속 190km였기 때문에 아차하다가는 심각한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경험많은 조종사들이 필요했는데 1944년의 시점에서는 독일에 이런 조종사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신참 조종사들이 이 위험한 전투기를 몰아야 했다.
[ 출격 순간! 이 위험한 전투기에 탑승하는 조종사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이 로켓 전투기의 연료였다. T-슈토프와 C-슈토프라고 불리는 화학연료를 싣게 되어 있었는데, 이 연료들은 매우 휘발성이 강한 위험한 물질이었다. 사람의 손에 닿기만해도 순식간에 피부를 부식시킬 정도의 엄청난 부식성도 가지고 있었다. 이 두가지 연료가 혼합되면 순간적으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켜 폭발하게 된다. 이 폭발력이 Me 163 코메트의 추진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연료들이 연료통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경우에는 기체가 충격을 받으면 그냥 폭발해 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다. 따라서 착륙중에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 연료의 폭발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게다가 1660리터의 연료를 싣고 이륙하지만 엄청난 연소율로 인해서 연료는 4-8분 사이에 모두 소모되었고 이후에는 글라이더처럼 활공해서 돌아와야 했다. 그러므로 비행시간은 활공을 포함해도 10여분에 불과했고 따라서 비행장에서 반경 40km 이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바로 머리위로 날아오는 연합군기들을 대상으로만 사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 연료 충전중의 모습, 손에 닿기만 해도 피부가 심하게 손상될 정도의 위험한 물질이었다던데...]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었음에도 연합군의 폭격으로 석유생산시설이 대부분 파괴되어 프로펠러 전투기들에 사용되는 독일공군은 고옥탄가의 가솔린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자 이 전투기의 실전투입을 빠르게 추진했다. 그리하여 드디어 1944년 6월 세계최초의 로켓 전투기로만 장비된 비행단인 JG 400이 창설되어 미군 폭격기들의 주요 침투경로중 하나인 브란디스에 기지를 마련했다.
이후 첫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장식하기는 했으나 이후 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우선 경험많은 조종사들이 부족하여 기체가 파손되거나 조종사들이 부상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문제는 착륙할 때였다. 이때 연료가 남아있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었고, 시속 190km의 고속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활주로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금새 뒤집혀서 대파되곤 했다. 더구나 이 전투기의 부실한 강착장치(썰매)는 아무리 경험많은 조종사라 할지라도 거친 착륙을 할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이로인해서 척추뼈가 부러진 조종사까지 발생할 정도였고 이 위험한 기체에 탑승하는 것을 거부하는 조종사들도 속출했다.
[ 코메트의 전투 방식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
코메트가 사용한 전형적인 공격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적폭격기의 접근 경보가 있으면 곧장 이륙하여 수직상승한후 적기들보다 3000피트 정도 더 위쪽까지 상승한다. 이때 대개 연료가 모두 소모되므로 이후부터는 이때가지 얻은 속도를 이용하여 고속 활공으로 수직하강하여 30mm 기관포나 R4M 로켓탄을 사용하여 공격하고 다시 반전하여 상승하면서 한번 더 공격기회를 잡게 된다. 이후에는 속도를 잃기 때문에 곧장 기지로 내빼는 전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이륙하여 적 폭격기 편대와 만난다 하더라도 상대속도가 너무 차이나는 초고속의 상황에서 공격기회를 잡기는 어려웠으며, 1-2차례의 공격기회를 잡는다 하더라도 30mm 기관포나 R4M 로켓탄을 명중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미군 폭격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200m 이내로 접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면 미공군 조종사들도 매우 당황했다. Me 262 제트전투기보다도 훨씬 빠른 이 로켓 전투기의 출현으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가장 빠른 호위 전투기 P-51D 머스탱 조차도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독일 전투기를 그저 구경하는수 밖에는 없었으며 추격하거나 공중전을 벌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더구나 미군 조종사들이 이 독일전투기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리가 없었으므로 이 독일 전투기가 나타나면 어떻하나 하는 일종의 노이로제에까지 빠질 상황이었던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일부 미군 폭격기 지휘관들이 코메트가 출현하는 지역으로 출격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있었다고 한다.
[ 코메트의 조종석, 계기는 오히려 프로펠러기들보다 간단한 것 같다. ]
결국 이 코메트는 양측의 조종사들 모두를 서로 다른 고민거리에 빠뜨린 전투기였다. 코메트는 총 279기가 생산되었다고 하는데 실전에 투입된 기체는 1/4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JG400의 조종사들은 필사적으로 떠올랐으나 그들이 기록한 공인 격추기록은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를 합쳐서 9기였다고 한다. 물론 더 많은수의 미군기들이 손상을 입었으나 무사히 귀환하였다. 공중전에서는 전혀 손실이 없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뭐 싸우기만 하면 백전백승이라는 또다른 기록을 부여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기록한 격추한 적기의 수보다 훨씬 많은 독일 조종사들이 이 까다로운 전투기를 조종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던 것이다. 이후 항속거리를 늘린 Me 163C나 Me 263이 개발되었으나 실전에 투입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Messerschmitt Me 163B-1a | |
분 류 |
1인승 요격 전투기 |
동 력 |
발터 109-509A-2 로켓 모터 (추력 2000kg) |
최고 속도 |
시속 960km |
항속 거리 |
80km |
무 장 |
동체 - MK 108 30mm 기관포 2문 (옵션 : R4M 로켓탄 4발) |
Me 163 코메트는 비록 미완의 상황에서 실전에 투입되어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기는 했으나 Me 262와 함께 독일 항공 기술력의 상징과도 같은 기체이며 전후에 미국이 X-1 로켓기를 만들어 최초로 초음속을 돌파하는데 큰 기술적인 기여를 했다고 한다.
"나의 좋은 친구 볼프강 슈페테가 Me 163을 탑승한 적이 있어서 나는 이 전투기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이 때문에 많은 손실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 전투기는 적 폭격기를 육안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이륙하여 빠르게 상승한후 공격을 시작했다. 내가 아는 주요 전술은 가능한 연료탱크에 연료가 없는 상태에서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위험한 전투기였으므로 그 비행기를 좋아하는 조종사를 본적이 없으며 개인적으로는 미친짓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연료를 소모한후 공격하고 활공하여 착륙을 해야하는 전투기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독일 공군 장군, 발터 그루핀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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