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기고 때리고…노인들 “자식이 무섭다”…‘짐승보다 못한 패륜’ 경악


[쿠키사회] ○…대구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의 30%가 자식 등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영남일보 11월1일자 1면 보도)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자식과 며느리 등 가족의 학대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져 가정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구시노인학대예방센터에 지난 1년 동안 신고된 노인학대는 300여 건이며, 이 가운데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 학대도 상당수 있어 시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패륜을 넘어서 짐승만도 못한 자식들의 학대 유형을 짚어본다.

#신체적 학대

지난 7월19일 대구시노인학대예방센터에 신고·접수된 김모 할머니(76·대구시 동구)는 4명(2남2녀)의 자녀가 있지만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출가한 뒤 왕래가 거의 없었다. 함께 살고 있는 장남은 이혼과 실직으로 술만 마시면 김 할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다.

노인학대예방센터 권지영 상담원에 따르면 신고 당시, 장남이 만취한 상태에서 김 할머니를 때려 갈비뼈 4개가 부러졌다. 현장에 갔을 때 김 할머니는 온몸에 멍이 든 채 누워 있었고 정밀 진찰 결과 폐에 피가 고인 사실도 드러났다. 권 상담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머니 때문이라며,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어머니를 마구 구타했다"며 "온 몸에 멍이 든 할머니의 두 눈에는 그만 죽는 게 낫겠다는 삶을 포기한 흔적이 역력했다"고 당시를 전했다.

#언어·정서적 학대

큰아들이 사업에 실패해 1년 전 쫓겨나듯 막내아들과 살게 된 박모 할머니(72·대구시 서구).

심적으로 힘든 박 할머니를 막내며느리는 한 달도 안 돼 "도저히 늙은이랑 못 살겠다. 뭐 해준 게 있다고 우리에게 왔느냐. 큰아들에게 가라. 늙으면 빨리 죽어라"며 구박과 홀대를 했고, 심지어 밥도 주지 않았다. 지난 7월 박 할머니를 만난 노인학대예방센터 상담원은 "3명의 자식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할머니를 돌보지 않으려고 해 지금까지 자식들을 믿고의지하며 살아온 할머니는 숨이 막혀 온다며 답답해 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학대

2남1녀를 둔 박모 할아버지(73)는 두 아들이 모두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자 할아버지 재산마저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딸이 자신에게 맡기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해 전 재산을 딸에게 맡겼다. 그 후 딸마저 돈 때문에 아버지를 외면했다. 외동딸은 재산을 가져간 뒤 한 번도 아버지를 찾아오지 않았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지난 5월 노인학대예방센터 상담원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집은 이미 사위 명의로 넘어갔다. 되돌려 달라는 박 할아버지에게 딸은 "아버지가 준 것이니 줄 수 없다"며 "법으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방임 학대

지난 4월 이웃의 신고로 상담원이 찾아간 김모 할머니(66·대구시 달서구)의 사연은 '차마 자식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의심이 갈 정도였다.

상담원이 찾았을 당시 오랜 기간 가족의 보호로부터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김 할머니는 치매와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생활은 전혀 할 수 없어 보였고, 조금씩 기어다니며 생활하는 할머니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온 방이 오물 냄새로 가득했다.

며칠 식사를 못해 기력이 없어 눈을 뜨지 못하고 너무나 말라 있던 김 할머니를 학대한 아들은 "우리 가족 문제에 왜 참견하느냐"며 오히려 상담원에게 큰소리를 쳤다.

#유기 학대

치매 증상이 심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혼자 거동도 못하는 이모 할아버지(79)는 자식이 있지만 6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어느 누구도 연락 한 번 없었다. 자식들이 모두 잠적했기 때문이다. 노인학대예방센터에서 자식들과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상담원이 장남의 거주지를 확인한 뒤 찾아 갔지만 아예 이사를 간 상태였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병원에 누워 계속해 아들만 찾았다고 상담원은 전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영남일보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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