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사일부품 수송트럭, 터널서 "펑"

 

[조선일보 2005.11.01 20:26:46]

 

[조선일보 최재훈, 장상진 기자]미사일 부품을 수송 중이던 트럭이 구마고속도로 터널 내에서 불이 나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 1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경찰과 한국도로공사측은 사고 터널에 대한 현장 조사와 안전 진단을 진행 중으로, 사고 지역인 현풍~대구 구간의 소통 재개 여부는 2일 오후 결정돼 영남 남부권 고속도로 소통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우려된다.
◆‘펑’하는 폭발음=1일 오후 2시17분쯤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논공읍 본리 구마고속도로 달성2터널(총 길이 993m) 상행선(마산대구방면) 내 600여m 지점을 달리던 대한통운 소속 15t 화물트럭 왼쪽 뒷바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미사일 추진체를 담은 짐칸 나무상자로 옮아 붙으면서 폭발을 일으켜 이 트럭이 전소되고 뒤따르던 또 다른 미사일 추진체 수송 트럭 1대의 앞부분 일부가 불에 탔다. 운전자 박모(31)씨는 “브레이크를 밟는데 라이닝이 들러붙는 느낌이 들어 타이어를 보니 불이 붙어 있었다”며 “이어 ‘펑’하고 폭발하며 불이 커졌다”고 말했다.
◆1시간10분 만에 진화=사고가 난 달성2터널은 마산대구 방향 2차로와 반대 2차로 터널이 분리돼 있는 한 방향 터널. 뒤차 운전자 심모(31)씨는 “박씨 등 2명과 함께 함께 불을 끄려 했으나 역부족이어서 터널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사고 5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한 논공 소방파출소 김태완 소방교는 “도착 직후 폭발음과 함께 터널에서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으며 곧이어 철제 잔해물이 터널 밖으로 100여m 가까이 튕겨져 나왔다”며 “이어 작은 폭발음과 큰 폭발음이 각각 3~4회씩 들려왔다”고 말했다.
진압대원 70여명은 추가폭발 우려와 터널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사고 트럭을 모두 태운 뒤 오후 3시30분쯤 잡혔다.
◆통행 재개 여부는 2일 결정=이 사고로 구마고속도로 마산대구 방면은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고, 반대 방면 하행선은 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연기로 인해 3시간38분간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사고차량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공군부대를 출발해 대구 11전투비행단으로 군용 미사일 탄두와 추진체 등을 옮기던 수송차량 4대 중 3번째였으며 앞서 가던 두 대의 트럭은 터널을 빠져나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국방부는 “4대의 수송차량 중 앞의 두 대엔 탄두가 각각 2개씩, 뒤의 두 대엔 추진체가 각각 2개씩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장약(裝藥)이 든 추진체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때마침 차가 밀려 있는 뒤쪽이 아닌 앞쪽으로 바람이 불어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3번째 트럭 뒷바퀴가 펑크가 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대구=최재훈기자 acrobat@chosun.com )(장상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hin.chosun.com])-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사고차 운전사 참사 막았다
[중앙일보 2005.11.02 05:41:06]

[중앙일보 홍권삼] "소화기로 정신없이 불을 끄려 했지만 진화가 되지 않았어요. 터널에 있던 운전자들에게 대피하라고 뛰어다니며 고함을 질렀습니다."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가던 사고 차량 운전자 박성수씨가 터널 안 510m 지점에 트럭을 세운 것은 이날 오후 2시16분쯤. 운전석 방향 뒤쪽 2개의 바퀴 중 안쪽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박씨가 뒤타이어를 살펴보자 갑자기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운전석으로 달려간 그는 소화기를 꺼내 불을 끄기 시작했다. 뒤따라오던 미사일 추진체 수송 트럭의 운전기사도 이를 보고 소화기를 들고 달려왔다.

그러나 타이어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불을 도저히 끌 수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뒤에 밀려 있던 차량 운전자를 터널 밖으로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내달렸다.

뒤쪽으로 밀려 있는 100여 대의 차량 사이를 뛰어다니며 "대피하라, 대피하라"고 외치고 다닌 것이다. 그를 본 운전자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려 터널 진입 반대방향인 창녕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73명은 차들 두고 그대로 대피했다.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본 터널 입구 쪽 운전자들도 후진하는 등 차량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불은 트럭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터널 안에 있던 운전자들이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달성소방서 박호영(56.소방장)씨는 "운전기사가 터널 속에 있던 다른 운전자를 재빨리 대피시키지 않았다면 엄청난 참사가 났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홍권삼 기자 ▶홍권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gs74/-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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