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리터 미드 사이즈 세단 氣·機·技 비교


경쟁이 치열한 미드 사이즈 세단.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승용차의 메이저이자 소비자들의 수요가 가장 큰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현대 쏘나타와 기아 로체, 르노삼성 SM5, GM대우 토스카까지 4가지 모델이 저마다의 특색을 내세우며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4차종은 각사를 대표하는 볼륨 모델이자 이미지 메이커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그랜저가 쏘나타를 위협할 정도로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상태이지만, 여전히 중형차 판매의 핵심은 2.0리터. 얼마 전 기자가 소속되어 있는 모터매거진에서는 각 사의 주력인 2.0리터 미드 사이즈 세단을 한자리에 모아 비교했다. 아래 내용은 주로 가속 성능,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등을 중심으로 국내 중형차 4개 모델의 실력을 점검한 내용이다. 


가속력과 핸들링 등 운전의 재미  →  기아 로체
승차감, 스티어링 필링이 괜찮은  →  르노삼성 SM5
느낌은 유럽차, 반응은 나긋나긋  →  GM대우 토스카
교과서적인 중형차의 움직임 가진    현대 쏘나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차들인 만큼 제원표에 나온 크기나 성능 관련 수치만 보고는 명확하게 이 차들의 성격을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4대의 차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동일한 조건에서 좀더 세밀하게 승차감과 핸들링, 가속 성능 등을 테스트해본 결과 미묘하지만 저마다 다른 색깔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요즘 차들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그 미묘한 차이를 놓고 딱 꼬집어 누가 더 좋고 나쁘다고 단정지어 얘기하기는 힘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자동차부품연구원의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가진 이번 비교 테스트를 통해 각 사의 차 만들기 방향과 완성도에서 분명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가속성능에서는 80→120km/h 도달시간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로체의 압승이었다. 본지 테스트 팀은 1km의 직선로에서 다트론 계측기를 사용해 4대의 가속성능을 측정했다. 먼저 발진 가속성능에서 0→100km/h 도달시간은 로체가 11.5초로 1위, 쏘나타와 SM5는 12.1초로 공동 2위, 그리고 토스카는 12.7초를 기록했다. 0→400m 가속성능 역시 로체가 17.8초로 가장 빨리 들어왔고, 쏘나타와 SM5는 각각 18.4초와 18.6초라는 간발의 차이로 2,3위를 다투었으며, 토스카는 19.2초였다.

아마 표와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0→400 구간을 1초 단위로 쪼개어 보면 가속성능에서 네 차들의 미묘한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속성능에서 0.1∼0.2초라는 수치는 거리나 속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0.5초 이상 벌어질 경우 순간 반응에서 감각적으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30→80km/h 추월가속 성능 역시 로체가 6.2초로 가장 빨랐고, 쏘나타는 6.4초, SM5는 6.6초, 토스카는 7.2초가 걸렸다. 초반 가속 반응이 빠르다는 것에서 무게의 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80→120km/h 구간은 쏘나타가 8.4초로 선두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SM5(8.6초)와 로체(9.0초), 토스카(9.2초)의 순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어비가 큰 쏘나타와 SM5가 유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토스카의 경우 한국의 2.0리터 미드사이즈 세단 가운데 유일하게 5단 변속기가 얹혀지는데, 이는 연비와 승차감에서는 유리하겠지만 기어비 특성상 가속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승차감과 핸들링의 양립이 어려운 것처럼 차라는 것은 너무 복잡한 변수 안에 놓여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차의 동적 성능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승차감도 좋고 핸들링도 좋은 것이지만, 여기에는 비용이라는 문제 외에도 해당 메이커에서 차를 어떤 방향으로 튜닝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과 필요충분적인 성능이 달라지기도 한다. 과연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은 어떨까?

보통 승차감이라고 하면 주행 중 바운싱 컴포트(Bouncing Comfort: 흔히 말하는 쿠션감)나 롤 위주로 얘기하지만 승차감의 평가 기준에는 아주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좋은 승차감을 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균형잡힌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승차감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전체적인 보디의 모션이었다. 달리는 동안 보디 모션이 가장 작은 것은 로체, 반대로 가장 큰 것은 토스카였고, 쏘나타와 SM5는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토스카를 타면 아주 조용한 느낌이 늘고, 천천히 다닐 때는 승차감도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바운싱을 비롯한 전체적인 모션이 커지면서 중간 중간에 피크가 세게 들어온다.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내는데 주력한 탓인지 실제 댐핑 포스 자체는 토스카가 가장 약하다. 천천히 갈 때는 충격을 잘 흡수하다가도 속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한 두 번은 충격을 흡수하는데, 툭 튀기고 흡수하는 동작이 연속되거나 불규칙한 노면을 만났을 때는 피크가 커지는 것이 약점. 그래도 매그너스에 비하며 보디의 결합도나 모션은 상당히 좋아진 편이다.

노면의 굴곡이나 돌기 등 외적요인에 의해 전해져오는 스티어링 필에서 로체는 소음이나 충격량 자체는 가장 적은 반면, 센터 포인트 필링은 다른 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스티어링 휠로 들어오는 충격을 줄이면서 깨끗한 피드백을 전해주는 점에서는 SM5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쏘나타와 토스카는 그 중간 지점에 해당된다.

로체는 어딘가 모르게 미세한 노이즈가 있지만, 섀시 튜닝이 잘되어 탄탄한 느낌은 가장 강하다. 재미있는 것은 불규칙한 노면이나 돌기들을 지나갈 때의 움직임을 보면 그냥 소프트하게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마치 예전 EF쏘나타의 광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디는 가만히 있고 아래쪽만 차르르 움직이는 형태다. 즉 보디의 모션 자체는 로체가 가장 좋다고 하겠다.

SM5와 쏘나타도 그런 식인데 두 차의 경우 로체보다는 컴포트 쪽으로 더 절제가 된 편이다. 결국 속도에 따른 보디 모션을 중심으로 승차감을 보면 저속에서는 토스카, 중속에서는 쏘나타와 SM5, 그리고 로체는 중속 이상으로 갈수록 더 좋아진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핸들링 모션에서도 토스카는 롤이 제일 크다. 물론 롤의 양에 대한 문제보다는 균형감이 중요한데, 롤의 크기는 사람의 키가 크냐 작으냐와 마찬가지. 키가 크거나 작아도 전체적인 비례가 좋으면 멋져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즉 롤이 크더라도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가 반대쪽으로 올라오기 전까지의 움직임에 균형이 있고 자세가 빨리 안정되어야 하는데, 토스카는 매그너스 시절보다는 좋아졌다고는 해도 속도를 80km/h 이상에서 좌우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양이 많을 때는 롤이 진행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롤이 한쪽 끝에 이른 상황에서는 보디 모션이 좌우 방향으로 왔다갔다하는 동작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다른 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무게중심의 이동이 한꺼번에 몰리고 롤 축의 밸런스가 떨어진다는 뜻이며, 롤이 진행될 때 리니어한 변화를 보여야 하지만 댐핑 포스가 약하고 타이어 튜닝이 약간 무르게 세팅되어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SM5 역시 급차선 변경 동작에서의 롤을 보면 한번에 안착하지 않고 좌우 반동이 발생한다.

롤 축의 밸런스는 스티어링 인풋의 정도에 비례해야 이상적이며, 여기에는 레터럴 스티프니스(Lateral Steepness : 횡강성. 횡가속이 커졌을 때 버티는 힘)가 중요하다. 이는 댐핑 포스와도 관련이 있는데 마치 탄성이 있는 로프로 둘러싼 링 위에서 싸우는 프로 레슬링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로프의 반동과 비슷한 원리로 이해하면 되겠다.

즉 무게중심 이동이 이루어질 때 레터럴 스티프니스가 좋은 차는 안정감을 찾는데 아주 유리하다. 하지만 레터럴 스티프니스가 약하거나 부드러운 차는 그만큼 반동이 커지고, 강한 차는 로프가 아닌 벽면에 부딪히는 것처럼 반동이 없이 자리를 금방 잡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레터럴 스티프니스가 강한 차일수록 안정감과 추종성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는 쏘나타와 로체의 모션이 괜찮다.

좀더 세분화해 리어 액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리어 스테빌리티가 얼마나 탄탄하고 미끄러지는 것을 잘 잡아주는가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토스카가 가장 약하고 다음으로 SM5, 쏘나타, 그리고 로체가 가장 단단하게 느껴진다.


롤 반응이나 전반적인 승차감의 성격은 스티어링 필링이나 핸들링 성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차 중이거나 저속 주행할 때 토스카는 잘 만든 유럽차처럼 가장 묵직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막상 속도를 올려 달리기 시작하면 스티어링 돌릴 때 에포트(Effort : 스티어링 휠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 들어가는 힘)의 증가량이 이상적인 빌드 업(Build Up) 라인을 그리지 않아 그런 감정은 이내 수그러들게 된다.

에포트 양이 많을수록, 그리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무거워지는 식으로 처음과 나중의 에포트 양이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빌드 업이라고 하는데, 토스카는 그 변화가 너무 적다. 물론 한국에는 아직도 손가락으로 돌려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그렇게 세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에포트 양의 증가가 필요한 이유는 코너에서 차의 움직임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너를 돌아 나가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횡가속도에 대비해 에포트 양이 증가해야 운전자는 코너를 돌고 있다는 것을 보다 잘 느낄 수 있다. BMW 세단들을 대표적인 경우로 꼽을 수 있고, 유럽차들은 전반적으로 한국차들보다 에포트 양이 크고 무거운 차들이 많다.

이런 빌드 업 측면에서 보면 비교한 4대 가운데 SM5의 스티어링 필이 우수한 편이다. 쏘나타의 경우 에포트가 느껴지고 빌드 업 자체는 좋지만, 그 반응이 on 아니면 Off 하는 식이고 너무 가벼우며 중간 부분의 연결감이 약하다. 그래서 급격한 핸들링 동작에서 차를 제어할 때 정보를 받아들일 틈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유턴을 하고 난 뒤 직진할 때의 스티어링 복원은 쏘나타가 가장 빠르고 스티어링 휠의 오실레이션(Oscillation)도 가장 적다. 하지만 '휘리릭' 하며 스티어링 휠이 되돌아올 때의 동작이 너무 빠른 것이 오히려 흠이라면 흠. 에포트의 중간점이 부족했던 것처럼 스티어링 리턴에서도 어느 정도 적당한 시점에서는 서서히 잡아주는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제가 없어 아쉽다는 얘기다.

토스카에는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SSPS : Speed Sensing Power Steering)을 넣어 직선과 완만한 커브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센터 필이 묵직하고 안정감이 좋게 느껴진다. 이런 구간에서 속도에 따른 리니어리티는 좋다. 그러나 스티어링 복원 자체는 느리다. 유턴 구간에서는 조금 덜해도 갑작스런 차선변경이나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놓쳤을 경우를 감안한 시험에서 리턴이 느리고 스티어링에서도 오실레이션이 발생한다.

로체의 경우 기본 에포트 레벨은 쏘나타보다 높아 좋지만, 쏘나타나 SM5에 비해 스티어링 휠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탄력감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의 섀시 튜닝 성격에 비추어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만약 센터 필링이 조금만 더 명확했다면 핸들링이나 승차감 성능에서 가치가 더 빛났을 것이다.

연속된 코너에서의 움직임을 가정한 슬라럼 구간, 사고나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차선 변경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가정한 움직임을 자세히 분석하면 각 차들의 조금씩 다른 핸들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토스카는 부드러움에 치중해 보트 필에 가깝다면 다른 세 차종은 보디 모션에서 더 안정적인 튜닝을 지향했다.

물론 한계를 넘어가기 전까지는 쏘나타의 모션이 가장 교과서적이고 안정적이지만 언더스티어가 심해 상대적으로 다른 차들보다 스피드를 올리기는 어려웠다. 프론트는 항상 열심히 미끄러지기 때문에 리어 액슬의 횡가속 대응력이 강하지 않아도 잘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계를 넘어서면 제어 영역이 너무 좁아 한번 중심을 빼앗기면 제어가 거의 힘들어진다.
쏘나타의 경우 타이어를 업그레이드시켜 막판 그립만 조금 올려주면 지금보다 한계성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토스카는 핸들링 모션에 따른 무게중심 이동이 급격해진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이런 동작에서 리어 액슬이 횡가속에 대한 대응 한계가 적고, 한계까지 가지 않았는데도 뒤쪽이 튀면서 그립을 잃어 오버스티어가 일찍 일어난다. 그래도 섀시를 바꾸지 않고도  타이어와 댐퍼의 튜닝 정도로 이만한 성능을 이끌어낸 것을 보면 관련 엔지니어를 칭찬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움직임은 로체와 쏘나타가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메인 플랫폼의 성격을 비슷하게 규정한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로체는 쏘나타와 달리 약간 오버스티어 필이 있다. 기민한 동작을 요할 때 상당히 유리한 설정이다. 중형차라는 교과서적인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다면 쏘나타보다 좋지는 않을 수도 있는데, 다른 세 차종보다 한계 성능이 높고 한계지점에서의 컨트롤 영역도 넓다. 보통 이런 차들은 박자를 잘 맞추면 급격한 코너가 많은 와인딩 로드에서도 다른 차들보다 훨씬 경쾌하게 코너를 점령해 나갈 수 있다.

SM5의 경우 기본 지오메트리의 변화량은 로체보다 조금 떨어지는데, 토스카와 로체의 중간에서 약간 로체쪽에 가깝다고 하겠다. SM5의 실제 움직임 자체는 로체나 쏘나타보다 불안하지만, 스티어링 필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차를 읽을 수 있는 피드백이 좋아 모션이 불안해졌다는 것을 운전자가 빨리 읽을 수 있어 위험 상황을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롤과 보디 모션이 말해주듯 전반적인 핸들링 성능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자면 로체가 가장 우수하고,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쏘나타와 SM5가 엇비슷한 레벨에 있고, 토스카는 핸들링보다는 느긋한 승차감 지향의 성격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이번 비교 무대에 올라온 네 차들의 승차감과 핸들링 성격은 나름대로 차이가 있었다. 한계 성능은 낮더라도 교과서적인 움직임이 좋다면 쏘나타, 교과서보다는 스티어링 필 측면을 좋아한다면 SM5, 스타일링이 우선이고 달리는데 있어서는 굳이 무리할 필요 없이 말랑말랑한 승차감에 고속도로를 적당히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정도의 핸들링이면 족하다면 토스카, 교과서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응용해 다른 차들보다 한계성능이 높고 운전의 재미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로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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