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승차감이 좋은 차와 핸들링이 좋은 차 중에 어떤 차를 선택하겠습니까?"

아주 단적인 질문이지만, 이제라도 조금은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는 뜻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핸들링이 좋은 차를 선택해야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런 차들일수록 더 안전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정숙성과 승차감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았다. 또 그런 소비자들의 경향이 지금의 차들을 보다 안전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 더 안전한 차로 내몰고 있으며, 차를 타고 운전하는 재미도 점점 더 없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한가지만 더 생각해보자. 미국 고속도로안전국(NHTSA)에서 롤 오버 테스트를 법규화 할 경우 앞으로는 차의 선택 기준에서 핸들링 퍼포먼스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코너에서 그립을 살려나가며 운전자에게 내가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다며 일려주는 차들이 있는 반면, 속도와는 무관하게 너무 조용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보내주는 차들도 있다. 전자는 핸들링이 좋은 차를 말하며, 후자는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된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 그랑투리스모 시리즈나 X-박스용 레이싱 게임인 포르자에서도 유저마다 좋아하는 차가 있다. 이는 자신의 드라이빙 스타일과 수준에 맞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게임에서는 차의 스타일링보다는 엔진 성능과 서스펜션, 스티어링 반응 등이 중요시된다. 특히 핸들링이 좋은 차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물론 실제 도로에서의 운전이 레이싱 게임같은 상황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핸들링이 좋은 차를 선택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핸들링이 뭐길래?

우선 시승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핸들링(HANDLING)이란 용어부터 정리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는 손으로 만지기, 사용하기, 취급, 솜씨 등이 있는데 자동차에서는 차의 거동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핸들링이 좋다(차의 거동이 좋다)는 의미를 다른 말로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운전자가 의도하는 것을 이행하는 정도가 높다는 내용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그 핸들링이란 뜻 안에는 수 십 개의 작은 거동에 대한 정의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모든 것을 다루자면 아마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기본적인 개념 위주로 풀어나가기로 한다.

서스펜션에서 중요한 네 가지를 들자면 첫 번째가 안전이고, 두 번째는 재미이며, 세 번째로 편안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이 네 가지는 핸들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어떤 물건 즉 서스펜션을 형이하학이라고 한다면, 핸들링이란 단어는 형이상학적 표현에 해당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듯 핸들링도 어떤 조작을 했을 때 차와 운전자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 과정이 너무 밋밋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다루기 쉽고 편안해야 하며, 내가 가질 수 있을 만큼 너무 비싸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올림픽 메달로 치자면 안전은 금메달, 재미는 은메달, 편안함은 동메달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간혹 우리는 앞의 세 가지에만 너무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데 언제나 경제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비싸고 좋은 것을 선택해서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핸들링을 만드는 3박자

차를 잘 컨트롤할 줄 아는 사람을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컨트롤이 좋은 차를 핸들링이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컨트롤이 좋으려면 핸들링을 좌우하는 요소인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바로 엑셀과 서스펜션, 그리고 스티어링이다.

여기서 엑셀이라 함은 액셀러레이터의 조절을 통해 차의 출력이 자유 자재로 조절됨을 말하는 것이다. 비록 엔진 출력은 100마력 정도라고 하더라도 즉각적인 출력의 조정이 가능해서 움직이고 있는 차체 모션의 제어가 가능함을 말하는 것이다.

서스펜션이라 함은 안정된 자세를 잡아주고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해 주는 좋은 서스펜션을 말하는 것이고, 스티어링이라 함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조작성이 우수한 스티어링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세세하게 들어가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스티어링이란 차의 방향을 바꾸어주는 자동차 내부의 시스템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차의 컨트롤이라는 것이 잘 생각해보면 상당히 광범위해서 모든 조건을 다 경험해 본 뒤 '아! 좋다.'는 느낌을 받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3박자에 관련된 여러 성능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드리프트만 해보면 사실상 그 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자동차의 핸들링에서는 바로 드리프트 인 셈인 것이다.

예를 들어 적당한 반경(반경 50m 정도)을 가진 원 모양의 도로를 계속 돌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전문 용어로 원선회 시험 : CIRCULAR TURNING TEST). BMW M3 같은 차라면 몰라도 보통 이때는 전자식 주행안정 장치(ESP : Electronic Stability Program)는 꺼 놓아야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차들은 대략 70~80km/h 정도의 속도로 돌 수 있는데, 뒷바퀴 굴림 차의 경우 파워를 이용한 드리프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컨트롤하면 그 원을 계속 드리프트하는 상태로 돌 수 있다. 쉽게 말해 차 자체는 원주를 따라 돌아가는 형태지만, 스티어링 휠과 바퀴가 원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하며 옆으로 미끄러지는 상태로 계속해서 원을 그리며 돌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은 그런 상황이 계속 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파워로 뒷바퀴를 계속 미끄러뜨리면서도 너무 오버해서 스핀하지 않도록 밸런스를 잡아가는 행위인데, 그러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액셀 컨트롤, 스티어링 리스폰스, 서스펜션 밸런스 등의 3박자가 모두 좋아야 가능하다.

핸들링이 나쁜 차일수록 드리프트는 할 수 있어도 컨트롤은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가령 엔진 힘이 없다든지, 핸들링 반응이 더디든지 하면 가속 페달로 정교하게 컨트롤하기 힘들다. 자칫 잘 못하면 차는 운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돌아버리고 말 것이다. 

 

무게중심과 관성 모멘트, 보디 강성의 측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핸들링이 좋은 차(또는 서스펜션)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는 서스펜션 자체보다는 보디가 우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물리적인 무게(Weight)라는 것과 무게의 배분(앞뒤좌우)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차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자주 들어봤을 내용인 ?50 : 50의 무게 배분?이라는 것이 엔지니어나 자동차 마케팅 전문가 입장에선 아주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MOI(Moment Of Inertia : 관성 모멘트 또는 관성능률(慣性能率))라고 하겠다. MOI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무게 중심으로부터 각 요소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가령 ?차가 한쪽으로 선회하다가 반대쪽으로 선회하려고 할 때에 얼마나 관성이 많이 작용하느냐?인데, 이것이 작을 수록 차는 날렵하게 선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두 대의 차가 같은 무게에 앞뒤나 좌우의 무게 배분도 같고 다른 요소나 조건들이 같다고 하더라도 무게 중심에 중량이 몰려서 MOI가 작은 차와, 무게 중심에서 각 요소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MOI가 큰 차는 기본적으로 핸들링 반응이 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위 'FF, FR, MR, RR'이라고 표현하는 엔진 위치 및 구동 방식에서 수퍼카들은 늘 MR(Mid Engine-Rear Wheel Drive)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그래야 MOI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MOI는 보디의 형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 통상적으로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차에서 노치백(세단)보다 해치백이 좀 더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구형 프라이드와 프라이드 베타, 라세티 세단과 해치백, 골프와 보라와 비슷한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는 무게 중심의 높낮이. 포르쉐가 복서(Boxer) 엔진을 쓰는 이유는 무게 중심이 낮아지기 때문이며, 이처럼 낮은 무게 중심도 핸들링을 좋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엔진 윤활 방식을 드라이 섬프(Dry Sump) 타입으로 설계해 엔진의 키를 내리는 것도 무게 중심과도 연관이 있으며, 더불어 엔진 자체에선 보어 대비 스트로크 길이를 작게 설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게 중심이 높은 SUV같은 차들이 급격한 코너링시 거동이 좀 불안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디 강성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마 보디가 강할 수록 핸들링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알 것이다. 포르쉐도 컨버터블 모델은 하드톱에 비해 아무래도 강성이 떨어진다.

통상적으로 비틀림 강성(Torsional Stiffness)와 굽힘 강성(Bending Stiffness) 등의 거시적인 보디 강성(Global Stiffness)과 미시적 또는 국부 강성(Local Stiffness)가 있는데, 국부 강성에는 예를 들어 컨트롤 암(Control Arm)이 마운팅되는 부위 등이 있다. 예전 차들 가운데 보디 강성이 조금 떨어지는 컨버터블 모델은 특정 속도에서 공진이 일어나서 스티어링 휠이 좌우로 떨기도 했다. 물론 그 속도대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지만….

스포츠카나 소위 말하는 수퍼카라는 것들, 그리고 레이싱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F1 머신들은 아예 달리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들이라 보디와 섀시의 존재 이유가 아주 확실하다. 보디는 좋은 핸들링 성능을 내기 위해 강한 강성과 서스펜션 파트가 최적의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차들을 구입할 이유나 여력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또 패밀리 세단이라고 해서 꼭 핸들링이 나빠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예를 들어 BMW 3시리즈는 독일에서 컴팩트한 패밀리 세단이지 스포츠 카는 아니다. 그런데도 핸들링은 좋기만 한 것처럼 말이다. 

혼다를 비롯한 일본차들도 핸들링이 좋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벤츠나 BMW, 포르쉐 등 독일차들의 보디 강성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최근 출시된 벤츠의 신형 S클래스도 그렇듯 밖에서 차를 눌러보거나 일어보면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차체의 강성이 엄청나면서도 정작 달릴 때는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며 좋은 승차감을 전해주는 것을 보면 그들의 100년 노하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핸들링이 좋은 차를 선택해야하는 이유(下)에서 계속..

 

핸들링이 좋은 차를 선택해야하는 이유(上)에 이어서...

 

피드백, 스티어링 필도 중요한 요소

핸들링을 얘기하면서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피드백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노면과 차에 대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해주지 못하면(피드백이 없거나 적으면) 운전하는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차가 코너를 돌 때는 운전자도 돌고 있다는 것을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손과 몸으로 차의 움직임을 느껴야 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스티어링 휠에 피드백이 있어야 밸런스를 찾으며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스티어링 필에서 중요한 것은 센터 포인트 필링이다.

예를 들어 WRC의 감성과 메커니즘을 살린 푸조 206RC는 주행중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가 손을 떼는 즉시 스티어링 휠이 가운데를 찾아갈 만큼 센터 포인트 필링이 매우 확실하고 강렬한데, 직진을 하고 있을 때의 감각이 정확한 차일수록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반응도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스티어링 필에서 킥백을 제외하면 모두가 좋은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차들을 보면 정숙성과 승차감에 치중한 나머지 운전하면서 노면과 타이어가 만나면서 발생되는 정보를 너무 많이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도 푹신한 렉서스(신형 GS나 IS 등은 제외)의 차들이 한 몫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아마 마이클 슈마허 같이 감각기관이 섬세하고 그 미묘한 차이를 확대시켜 정교하게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드라이빙을 즐기는, 핸들링의 맛을 아는 운전자들에게는 미진한 노면 정보가 오히려 불안이나 불편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레이싱 게임기에서도 화면만 나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최소한 소리라도 나야하고, 나아가 진동 혹은 차의 모션에 따라 시트까지 움직이는 게임기를 최고로 쳐준다.    

그래서 차량의 동적 능력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 가운데는 토요타나 렉서스류의 세단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토요타의 차들이 조용하고, 승차감 좋고, 고품질에 잔고장 적고, JD파워에서 언제나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하고, 연비도 우수하고 가격도 괜찮은 차로 명성을 얻으며 잘 팔렸지만, 이런 차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 말 캠리의 핸들링은 한마디로 형편없었다. 그러나 당시 경쟁차인 어코드는 핸들링이 좋았는데도 판매에서는 캠리를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요즘 시대로 오면서는 베스트 셀러를 노리는 차들은 캠리를 벤치마킹해 라이드 위주로 성격이 변해갔다. 혼다는 물론 한국의 현대차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카 마니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왜곡된 현실이고, 슬픈 얘기지만 이런 현상은 전염병처럼 번져갔다. 사실 BMW 3시리즈의 경우도 3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승차감이 훨씬 좋아진 것이 분명하고, 많은 차들이 멀티링크 타입으로 가면서 진동과 소음도 크게 줄였다.

보통 차의 성격이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은 방향으로 갈수록 피드백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는데, 대신 요즘 차들은 부족한 피드백 정보를 인위적으로 전달해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가령 BMW의 액티브 스티어링의 경우 일반적인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만약 저속으로 빙판이나 눈길처럼 미끄러운 노면을 가다가 차가 스핀할 때, 일반적인 차라면 스티어링 휠을 뒤가 돌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돌려야 하지만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이 장착된 BMW는 조금만 돌려도 차를 바로잡을 수 있다. 또 좁은 곳에서 주차하면서 차 바퀴를 한쪽으로 완전히 꺽을 때도 스티어링 휠을 채 한 바퀴도 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다. 그리고 코너를 돌 때는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진다.

그런데 이 동작들에서 전해지는 패드백의 대부분 인위적이라는 점이다. 운전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너무 인위적이라 싫다(?)는 평가를 많이 내린다. 물론 그런 인위적인 동작을 운전자가 이롭게 쓸 수 있게 만들고, 기본적인 보디의 강성이나 차의 거동을 안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세팅한 것을 보면 BMW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최신형 포르쉐 복스터 역시 안정성에 가중치를 더한 나머지 재미라는 측면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핸들링이나 피드백에 대해 지킬 것을 다 지켜서 만든 차다. 닛산의 스카이라인도 예전 GT-R의 성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핸들링 감각은 좋다.

간혹 좀더 자유자재로 카빙 스키를 타는 것 같은 핸들링의 재미를 원하는 카 마니아와 자동차회사의 입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서로 아쉬워하는 대목이지만, 어찌보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대세였다고 할 수 있다. 그들도 차를 팔아야 하니까….

그래도 여전히 핸들링이 좋은 차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알파로메오에서는 156, BMW는 5시리즈와 3시리즈를 비롯해 M5와 M3, Z4 등을 꼽을 수 있다. 계속 나열하자면 포드 포커스, 페라리 575M과 360 모데나 스트라달레, 혼다 인테그라 타입R, 로터스 엘란과 엘리제, 마쓰다 MX-5(미아타), 메르세데스 벤츠 AMG C32와 맥라렌 SLR, 닛산 스카이라인(인피니티 G35 쿠페), 푸조 206RC, 스바루 WRX, 토요타 MR2와 MRS, 포르쉐는 911과 911터보를 비롯해 GT3 및 복스터, 그리고 올드 모델까지 카이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차종을 포함시킬 수 있다. 


핸들링은 액티브 세이프티의 측면에서도 중요해

지금까지의 대세는 정숙성과 승차감이라는 측면으로 흘렀지만, 앞으로는 핸들링 퍼포먼스가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신차충돌평가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자동차 법규와 제품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 :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에서는 핸들링에 대한 내용의 법규화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일명 피시 훅 테스트(Fish Hook Test)라고 하는 것으로 정해진 모드를 통과하지 못하고 전복되는 차들은 그 신상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차의 서스펜션이 핸들링 성능이 왜 중요한지를 되새겨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보통 차의 너비 대비 키의 비율이 1 : 1.4를 넘으면 피시 훅 테스트에서 전복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규제가 엄격한 것은 차종마다 테스트 모드를 서로 틀리게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비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롤 오버(Roll over)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전복방지장치가 내장된 차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NHTSA의 홈페이지(
http://www.nhtsa.dot.gov/cars/testing/ncap/Rollover/Index.htm)에 가면 전복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상황에 따른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는 키가 크고 능력이 떨어지는 차(핸들링이 나쁜 차)는 안전하지 않으니 타지 말라는 뜻이고, 나아가 앞으로는 핸들링이 좋은 차를 만들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지금까지는 일반 운전자들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핸들링의 중요성을 전복사고의 위험성을 매개로 깨닫게 될 것이다. 충돌에서 안전한 차를 패시브 세이프티가 좋은 차라고 한다면, 액티브 세이프티가 좋은 차는 핸들링이 좋은 차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횡가속이 커져도 차는 스핀하지 말아야하고, 전복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차는 안전이 우선이다. 그래서 핸들링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요즘의 차들의 핸들링이 예전만 못한 이유는 이처럼 조용하고 편한 것만을 추구한데서, 그런 사람들을 위한 팔리는 차만을 만드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 시각에서 지금의 차들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사람이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었을 때,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공만 보고 뛰어나올 때 여러분의 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F1 드라이버처럼 운전 기량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핸들링이 좋은 차를 탈 것인지. 모터매거진에서는 핸들링이 좋은 차를 적극 추천한다. 아니 슈마허라도 핸들링이 좋은 차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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