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양한 차종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자동차회사 홈페이지와 카탈로그에 있는, 영업사원이 알려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담지는 않겠습니다. 주로 자동차 전문기자의 시각에서 본 진솔한 느낌과 개발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가지 뒷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볼 계획입니다.

 

SM7에 대한 아쉬움

 

새차가 나올 무렵에는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SM7도 마찬가지였다. 2004년 11월 1일 양산을 시작했지만, 11월 19일부터 가격이나 디자인이 공개되지 않는 상태에서 5일만에 사전 예약이 3,500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일반 공개 첫 날인 12월 1일에는 강남과 분당 전시장이 가장 바빴다고 한다. 특히 분당 전시장의 경우 대형차와 수입차를 타고 전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교통경찰이 출동, 전시장 주변의 소통을 관리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같은 날 1호차를 받았던 고객은 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한 대를 더 계약했고, 12월 3일에는 접속자가 너무 많아 ꡐ캐리기ꡑ라고 불리는 르노삼성의 영업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가 하면, 한 모델로 하루에 계약할 수 있는 최대 주문량인 1.200대에 도달하는 등 르노삼성 출범 이후 여러 가지 새로운 기록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르노삼성의 3번째 모델인 SM7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 차는 V6 2.3리터와 3.5리터 엔진을 얹고 있으며, 가격대는 2,440~3,51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르노삼성 측에서는 조금은 다른 개념의 대형차라고 주장하지만, 한국 실정상 가격이나 차 크기 등을 놓고 보면 중형과 대형 사이에서 하이 오너 시장을 겨냥한 준대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결국 SM7의 실질적인 경쟁 모델은 그랜저 후속인 TG인 셈이다.

 

한편, 1월말 등장할 SM5를 봐서도 짐작이 가듯이 아직 풀 라인업을 구축하기 힘든 르노삼성 입장에선 하나의 베이스 모델로 중형과 준대형이라는 두 시장을 커버하려는 포석을 읽을 수 있다.

 

 

SM7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보고자 했다. 우선 르노삼성은 프랑스와 일본, 한국이라는 3개 문화와 노하우가 공유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만드는데 있어 아직은 기술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르노삼성 입장에선 선진적인 것을 한국 실정에 맞게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SM7를 개발하면서도 상품 시험에 대한 노하우는 프랑스, 기본적인 제품과 설계에 관한 부문은 일본, 그리고 고객 취향의 조사와 제품 생산은 한국에서 담당한 것이다. 베이스 모델 선정에서 디자인 결정, 그리고 제품의 테스트와 생산까지 약 2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개발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데, 주요 부품에 대한 설계 도면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3개국 문화와 기술을 합친 시너지 효과 덕분에 단시간에 이 정도의 차를 만들 수 있었던 셈이다.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차량 테스트, 즉 제품 자체의 검증에 대한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심지어 같은 라인에서 나온 엔진도 성능이 조금씩은 다르기 마련인데, 아무리 일본차를 베이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분명히 한국과 일본은 도로 환경이나 운전자의 취향, 그리고 차를 만드는 공장과 사람과 부품업계 등 여러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SM7에 대해 좋은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밝힌 바 있으니 접어두고, 여기서는 단점이 될 수 있는 몇 가지만 잠깐 지적해볼 참이다. 가만히 보면 이 차의 승차감은 차고를 로워링 스프링으로 차고를 살짝 낮춘 일본차들의 특성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즉 범프시 초기에 부드럽게 반응하고 중반 이상 넘어갈수록 자연스럽게 강해지는 성격이다.

 

그런데 약간 문제가 되는 것은 주행중 프론트 휠을 통해 전해지는 쇽(Shock)이다. 거시적인 모션 자체는 괜찮은 편인데, 매끈한 도로가 아닌 굴곡이 커지거나 도로의 이음매가 있는 부분에서는 순간적으로 작지만 날카롭게 반응하는 쇽에 신경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자칫 잘못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단단한 세팅에 의한 반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의 기억을 더듬으면 부시류 혹은 그와 관련된 세팅에 의한 문제일 수도 있다. 3.5리터 모델에 장착된 타이어 역시 접지력이나 승차감이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다.

 

 

핸들링의 경우 기본적으로 초기 응답성이 경쟁차들보다 빠른 편이다. 그러나 좀 과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프론트 오버스티어가 일어난다. 앞이 꺾이는 쪽으로 차가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다. 꼬리가 생각보다 쉽게 돌아가는 것도 사실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부분은 핸들링 감각을 나쁘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아마 지금의 정도의 품질에서 서스펜션을 조금만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세팅했다면 분명 박수를 많이 쳤을 것이다. 페이스 리프트 단계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보여주기 기대한다.

 

올해의 키워드는 웰빙, 명상에 연관된 ꡐ느림의 미학ꡑ이 부상된다고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아마 제품 자체의 평가에 대한 시간 투자가 더 많고, 신중했다면 이런 약점을 더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디자인이나 엔진과 변속기 등에는 칭찬하고픈 부분도 많다. 먼저 많은 것은 국산화하면서 디자인이나 소재를 비롯해 컬러와 마무리 등에서 충분히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도록 꾸몄다는 점. 파워에서도 3.5리터 사양은 일본의 앞선 기술력을 대변하듯 넉넉한 힘과 가속력이 매력적이고, 2.3리터 사양 역시 충분하지는 않아도 가속감이나 승차감에서 큰 무리없이 소화해낸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아끼는 마음에서 조언하자면, 무엇보다도 베이스 모델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내기 힘들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내심 가속력이나 제동력, 아니면 승차감이나 핸들링 등에서 베이스 모델보다 어느 부분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거나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면 싶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도, 한국의 르노삼성이 만들면서 자사의 제품이라고 말할 때는 베이스 모델은 다른 곳에서 가져왔더라도 크기와 외형적인 변화만이 아닌 자기만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무언가 색다른 포인트가 있어야 소비자의 기대와 회사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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