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 남성과 결혼을 약속한 일부 베트남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대책회의까지 열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국제결혼을 위해 베트남 등지로 여행한 많은 한국인 남성이 에이즈 위험에 노출된 채 사실상 그대로 방치돼온
셈이다.
정부관계자는 지난달 21일 "
질병 관리 본부 주재로 외교통상부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 여성등과의 국제결혼에 의한
에이즈 감염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책회의는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앞둔 베트남 여성들을 상대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일부 여성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고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주
베트남 대사관이 에이즈 감염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결혼 중개업법을 추진하고, 결혼 당사자간 건강진단서 교환
의무화, 국제결혼 알선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의 제도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비자 발급 때 건강 검진을 철저히 하도록
공관에 지시하고, 8백 여개의 결혼 상담업체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 사실을 언론에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정부관계자는 "공개할 경우 베트남 여성과 이미 결혼한 2만여명의 한국인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또 특정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외교 관계상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주 베트남 대사관이 베트남 여성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도록 베트남의 한.베 병원에 입단속을 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견여행업체 관계자는 "노총각은 물론 최근 들어 재혼자들도 국제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국제결혼 알선
업체가 우후 죽순처럼 생기고 있다"며 "정부가 개별 알선업체를 상대로 주의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국내에는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업체들이 난립해 있고, 관리 감독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가 개별 업체를 상대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국제결혼을 위해 베트남을 찾는
남성들은 현지에서 선을 보고 결혼을 약속할 경우 잠자리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즈에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에이즈는 치명적인 전염병인 만큼 테러나
조류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주의를 당부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의 경우에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검사를 실시할 기회를 주고, 추가 전염 가능성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정부가 이 사실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공개를 꺼렸다는 정부의 해명은 본말이 전도된
대응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국제 결혼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많은 한국 남성들이 에이즈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8개월 이상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앞서 CBS는 한국 남자와 부부관계를 갖고 혼인신고서를 받은 베트남 여성들 가운데 두명이
에이즈에 감염돼 입국이 보류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CBS정치부 감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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